전시 서문
태초에 빛이 있었다.
그러나 그 빛은 어둠의 반대가 아니라, 혼돈 위에 선 질서의 개입이었다.
모든 창조는 무(無)로부터 시작되며, 무질서로부터 솟아오른다. 『창세기』의 첫 장면, 세상은 공허하고 흑암이 깊음 위에 있었다.
그러나 그곳에 성령이 운행하시고, 말씀으로 ‘빛이 있으라’는 선포가 울려 퍼졌다. 이 선포는 단지 광선의 출현이 아니라, 존재 전체를 향한 하나님의 주권 선언이었다.
이처럼 창조는 고요하고 정돈된 작업이 아니다. 오히려 그것은 부서지고 흩어진 틈 사이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조율, 어둠 가운데 울리는 하나님의 리듬이다.
‘Rhythm in the Light’라는 이번 전시의 부제는, 빛 속에 감춰진 하나님의 리듬, 질서 이전의 충돌과 진동, 그 불협 속에 숨은 조화의 가능성을 성찰하게 한다.
이번 bara 전시의 다섯 개의 섹션은 각기 다른 차원에서 창조의 단면을 조명한다. “질서이전의 혼돈”은 창조의 출발선에서 마주한 무형과 불완전성에 주목한다.
“보시기에 좋았더라”는 그 혼돈 위에 주어진 신적 인준(認準)으로서의 미(美)를 고찰한다. “인간없는 창조 세계”는 인간 중심의 질서에서 벗어나, 인간이 존재하기 전의 순수한 창조 질서를 성찰한다.
“창조 vs 재창조”는 파괴 이후 다시 일어나는 창조, 즉 부활의 창조를 말한다. 마지막 “창조의 질서”는 결국 하나님이 정하신 궁극적 조화와 완결을 지향하는 메시지다.
이 전시는 ‘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’는 창조의 선언을, 시대의 파편화된 감각과 욕망 속에서도 회복하려는 시도다.
불협과 절망, 왜곡과 부서짐 속에서도 ‘빛’은 여전히 리듬을 타며 흐른다.
그 빛 속 리듬에 귀 기울일 때, 우리는 오늘의 창조 안으로 초대받는다.
지금 여기에 현존하는 하나님의 창조의 리듬.
이 리듬에 맞춰 우리 또한 응답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.